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했던 드라마 ‘짝’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혜수가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차례로 갈아입어 보던 장면을 말이다. 그녀는 커다란 장미꽃이 달린 드레스를 입고 빙글빙글 돌았고, 그 옆에서 엄마는 ‘우리 딸도 저런 예쁜 드레스 입고 시집가야 할 텐데’ 같은 말을 했다. 화사하고 하얗던 그 드레스들 덕분에 한동안 내 꿈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였고 내 스케치북은 드레스로 가득 찼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여러 꿈 사이를 지나쳐 왔고, 그날의 웨딩드레스도 점점 기억 속에서 흐려 져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12월의 첫째 주에 결혼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은...
한껏 신나서 새 옷을 입고 친구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두 가지 있다. “대체 이런 옷은 어디서 사는 거냐?” “이런 옷은 대체 누가 사나 싶었는데 네가 사는구나”.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집에는 폭 90cm의 옷장이 4개가 줄지어 서 있고 친구들이 위에서 언급하는 옷들만 모아두는 옷장이 그 중에서 하나에 꽉 차고 넘치게 들어 있다. 이를테면 전신 비즈&백 오픈 드레스 라던지, 원 숄더 태슬 드레스랄지, 뱀 피 무늬 스키니진이랄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무조건 특이하기만 하면 되느냐, 그렇진 않다. 내게 옷을 고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입고 스테이크가 나오...
영화 <우동>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히트를 낳는 것은 가능하지만, 붐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 몇 년 전만 해도 한복은 불편한 옷, 비싼 옷, 자신의 돌잔치나 결혼식 때 맞춰 딱 한 번 입고는 다시는 꺼내입지 않는 정도의 옷이었다. 곡선의 아름다움과 한복의 우수성을 아무리 이야기한들, 영화에서와 같은 붐은 누군가가 일으키고 싶다고 해서 일으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6년 한국은 바야흐로 한복 전성시대다. 종로의 고궁과 인사동 일대에서는 한복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명절이나 경복궁 야간개장과 같은 행사가 있을 때면 거리는 한복을 입은 사람으...